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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토트넘전 승리, 박지성에 달렸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있어 이번 주말 토트넘전은 중요한 경기입니다. 이 경기를 이겨야 프리미어리그 선두 진입 및 4연패 달성의 희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24일 오후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토트넘과의 홈 경기를 치릅니다. 지난 17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폴 스콜스의 버저비터 결승골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여세를 토트넘전에서 몰아야 할 시점입니다. 토트넘이 지난 18일 첼시전에서 2-1로 승리해 리그 4위 굳히기에 돌입했다는 점은 맨유의 승리 과정이 그리 쉽지 않을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맨유는 토트넘에 강합니다. 2001년 3월 19일 토트넘 원정에서 1-3으로 패했던 이후 17번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패한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 토트넘과의 홈 17경기에서 14승3무의 압도적인 전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토트넘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것은 1989년 12월 16일(1-0) 이었습니다. 맨유는 지난해 4월 26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토트넘전에서 전반전에 2골을 허용했으나 후반전에 5골을 몰아치며 5-2로 승리해 리그 선두를 굳혔던 짜릿한 추억이 있습니다.

맨유는 올 시즌에도 토트넘과의 2경기에서(칼링컵 포함) 모두 이겼으며 이번 경기에서도 승리를 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토트넘이 지난 15일 아스날전과 18일 첼시전 승리로 리그 4위 진입의 오름세를 탔다는 점은 맨유를 긴장시킵니다. 특히 토트넘의 왼쪽 윙어인 가레스 베일이 아스날전과 첼시전 결승골 및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란한 발재간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가볍게 제압하고 있어 맨유가 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베일을 봉쇄하지 못하면 맨유의 승리는 힘들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지금까지의 선발 기용 패턴을 미루어보면 오른쪽 윙어에 안토니오 발렌시아, 오른쪽 풀백에 게리 네빌을 배치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지난 3일 첼시전과 8일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빠른 타입의 상대팀 측면 옵션(지르코프-말루다-리베리)를 봉쇄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네빌은 빠른발의 윙어에 고질적으로 취약하며 발렌시아는 커팅은 잘하지만 뒷 공간을 쉽게 허용하는데다 위치선정이 매끄럽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베일을 철저하게 봉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는 오른쪽 조합입니다.

만약 맨유가 토트넘전에서 베일 봉쇄에 주력하면 박지성을 오른쪽 윙어로 배치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지성은 올 시즌 공격적인 역할에 익숙했지만 기본적인 수비 능력이 강한 선수인데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를 봉쇄한 경험이 있어 베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합니다. 물론 오른쪽 풀백의 커버 플레이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박지성이 올 시즌 초반 오셰이와 궁합이 안맞았던 이유) 네빌의 활동 범위가 넓은 만큼, 박지성이 베일을 봉쇄하기 위한 1차 저지선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임엔 분명합니다.

박지성의 토트넘전 선발 출전이 힘을 얻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 2경기에서 선발로 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1일 블랙번전에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었으나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 18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부상이 회복되었으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됐습니다.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적으로 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던 발렌시아가 체력 안배 차원에서 토트넘전에 벤치를 지킬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박지성은 평소처럼 왼쪽 윙어로 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니가 발렌시아와는 달리 맨유의 페너트레이션을 이끌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왼쪽보다는 오른쪽 윙어 출전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토트넘의 오름세 원동력은 왼쪽 윙어인 베일을 위주로 하는 빠른 역습 돌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박지성의 포지션 전환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왼쪽 윙어를 맡으면 상대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는 공간 창출 능력을 앞세워 맨유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맨유가 4-2-3-1을 구사하면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 될 수 있습니다. 웨인 루니가 부상에서 복귀한 맨유의 4-2-3-1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벤치를 지키는 것을 의미하며 박지성의 존재감이 선발 자리에서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4-2-3-1에서 측면을 맡을 수 있지만, 루니와 호흡이 잘 맞는데다 베르바토프 같은 느린 템포의 공격 조율보다 종적인 움직임에 의한 종패스 위주의 공격 조율을 펼치기 때문에 상대 수비를 위협할 역량이 충분합니다.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기용은 토트넘의 홀딩맨인 톰 허들스톤을 공략하기 위한 해법입니다. 허들스톤은 토트넘의 포메이션인 4-4-2 다이아몬트 체제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윌슨 팔라시오스의 경고 누적 공백을 메우며 살림꾼 역할에 충실했던 선수입니다. 그 역량이 아스날-첼시전에서 빛을 발했기에 베일-모드리치-로즈 같은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들이 수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스날전에서는 사미르 나스리 봉쇄에 성공했고, 첼시전에서는 모드리치와 함께 램퍼드-미켈-데쿠와의 허리 싸움에서 승리했던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맨유는 베일 봉쇄에 대한 숙제를 짊어졌지만 또 다른 숙제로서 허들스톤의 수비력을 극복할 수 있는 전술적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맨유는 박지성을 오른쪽 윙어 뿐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AC밀란과의 두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안드레아 피를로의 움직임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며 상대의 활동 부담을 키우고 AC밀란의 수비 밸런스를 붕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중원을 넓게 움직이는 피를로와는 달리 허들스톤은 중원을 지키는 성향이지만, 박지성이 지난 첼시전에서 미켈의 뒷 공간을 활발히 파고들며 끊임없는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은 허들스톤을 공략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박지성의 토트넘전 쓰임새는 다른 동료 선수들보다 넓습니다. 오른쪽 윙어로서 베일 봉쇄에 주력할 수 있고, 왼쪽 윙어로서 공간 창출에 부지런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종적인 공격력을 펼치며 루니의 공격 역량을 키우면서 허들스톤을 공략할 수 있는 옵션으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컨디션 저하로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던 박지성의 몸 상태가 좋다면 토트넘전에서 맨유 승리의 중요한 임무를 소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의 토트넘전 승리는 박지성의 존재감 및 활약상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