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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황선홍의 황금계보자인 이유

 

허정무호의 간판 공격수 박주영(25, AS 모나코)은 청구고 시절부터 한국 축구를 빛낼 천재 공격수로 떠오르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었다. 특히 2005년에는 카타르 청소년 대회와 K리그에서의 폭발적인 골 폭풍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듬해 부상 및 부진으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슬럼프에 빠졌지만 2008년 여름 프랑스리그 진출 이후 절치부심 끝에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현재, 그는 황선홍의 뒤를 이을 한국 축구 황금 공격수 계보를 이을 존재로 떠올랐다.

Q. 이제 남아공 월드컵이 50여일 남았는데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좋은 성적 거두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아쉬운 건 황선홍 같은 공격수가 없는 것 같아.
A.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의 한국 축구 행보를 되돌이켜 보면 정말 아쉬웠어. 황선홍 이후로 많은 공격수들이 대표팀을 거쳤지만 누구 하나도 꾸준한 맹활약을 하지 못했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이동국이 십자인대 부상으로 빠지면서 조재진이 주전으로 뛰었지만 그 이후 행보가 아쉬웠지. 2008년 9월 북한전까지 A매치 9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더니 지금까지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어.

Q. 이동국은 축구팬들에게 논란이 많은 공격수인데 왜 황선홍의 후계자가 아닌 걸까?
A. 만약 이동국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면 황선홍의 후계자로 거듭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해. 본프레레-아드보카트 체제를 제외하면 대표팀에서 인상적인 공격력을 펼치지 못했거든. 지금의 허정무호에서는 K리그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위태로운 것이 사실이고. 최정민-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으로 일컬어지는 황금 공격수 계보에 포함되기에는 꾸준함이 부족했어.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해. 십자인대 부상만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Q. 대표팀의 경기가 한일 월드컵 이후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원인을 알 수 있겠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종목인데 말이야.
A. 그렇지. 2골 내주면 3골 넣고, 3골 허용하면 4골 몰아치는 그런 짜릿함이 필요한데 대표팀에서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어. 다득점이 능사는 아니지만 고비 때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임팩트가 필요했는데 뚜렷한 해결사가 없었지. 그래서 사람들이 황선홍의 존재감을 그리워했지만 지금은 다행히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야. 박주영이 있거든.

Q. 박주영? 아직 25세인데 후계자라고 하기에는 이르지 않을까? 너 설레발 치는거 아냐?
A. 올해 국가 대표팀 6년차인데 어떻게 설레발이니? 한국 축구의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았고 프랑스리그 정착에 성공했는데 경험이 부족한 선수도 아니고. 박지성-이청용-기성용과 더불어 허정무호 'F4' 멤버인데 팀에서의 존재감이 막중하고. 허정무호 출범 이후 가장 많은 골을 넣었고(18경기 8골), 프랑스에서의 성공이 결정타인데 황선홍의 후계자가 될 아우라가 충분하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빠졌어.

Q. 뭔데? 박주영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어?
A. 한국의 현존하는 정상급 공격수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역할과 장점을 흡수하는 선수지. 흔히 만능형, 완성형 공격수로 일컬어지는데 그런 유형이 현대 축구에서 선호 받는 추세야. 웨인 루니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어. 공격수 유형이 타깃맨, 쉐도우, 돌파형 등으로 나뉘지만 그런 구분이 최근에 중요하지 않아. 공격수로서 모든 능력 및 다양한 임무를 소화하는 선수가 으뜸인 거야. 박주영은 제공권과 위치선정이 좋기 때문에 타깃맨이 가능하고, 공간 창출 및 조율이 강하기 때문에 쉐도우를 맡을 수 있고, 빠른 발을 앞세운 순발력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돌파형까지 가능해.

Q. 그런데 타깃맨은 힘과 높이가 있는 공격수를 말하는거 아냐? 박주영과 다른 컨셉인데.
A. 너 모나코 경기 못 봤니? 대표팀 경기 위주로 본 것 같은데 내가 자세하게 설명할게. 박주영은 4-2-3-1 원톱의 타깃맨으로 뛰고 있어. 높은 점프와 안정된 헤딩 타점으로 후방에서 올려주는 롱볼을 잘 따냈고 헤딩골도 여럿 있었어. 예전에 본프레레 감독이 몸싸움 약했던 박주영을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선수"라고 독설을 날렸기 때문에 타깃맨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갖기 쉬워. 하지만 박주영은 프랑스에서 탄탄한 체격과 터프한 수비를 즐기는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즐기는 타입으로 변신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상체를 발달시키면서 몸싸움이 이제는 강점으로 변했지.

Q. 박주영이 프랑스리그에서 성공한 게 대단한 걸까? 거기는 유럽 빅 리그가 아니잖아.
A.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에 비해 저평가 받을 수 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아. 리옹과 보르도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것을 보더라도 유럽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프랑스리그는 아시아 공격수가 생존하기 힘든 리그야. 수비수들의 끈끈한 견제와 넓은 범위의 태클, 장신을 활용한 공중볼 다툼을 이겨내야 하는데, 대체적으로 피지컬이 열세인 아시아 공격수들이 힘들 수밖에 없어. 그런데 박주영은 어려움을 잘 이겨냈어. 지난 시즌부터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고 요령을 습득했던 것이 프랑스리그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원동력이 됐어. 그리고 유럽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뛰면서 충분한 선발 출전 보장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Q. 결국 박주영은 업그레이드에 성공했군. 대표팀 공격력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잖아.
A. 그렇지. 박주영이 국내에 있을 때는 '타깃이 안 된다', '몸싸움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즐비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거든. 거칠고 강력한 수비수와의 매치 업에서 이겨낼 수 있는 실력이 있으니까. 그리고 골 결정력과 찬스 메이킹, 테크닉, 스피드가 골고루 뛰어나기 때문에 대표팀 공격력에 많은 도움이 될 수밖에 없어. 황선홍에 이어 한국의 황금 공격수 계보를 이을 선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지. 그 결과물을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보여줬으면 좋겠어.

Q. 박주영이 독일 월드컵에서는 부진했잖아. 이번에는 잘할 수 있을까?
A. 박주영이 잘해야 한국이 16강 이상의 목표를 거둘 거라 믿어. 4년 전에는 스위스전 부진으로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슬럼프를 이겨내고 한국 축구 부동의 No.1 공격수로 거듭났기 때문에 이름값을 충분히 해줬으면 좋겠어. 공격수가 많은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다소 부담이 되겠지만 프랑스리그를 통해 다져진 경험과 업그레이드 된 재능, 그리고 박주영 스스로의 자신감까지 붙는다면 남아공 월드컵을 빛낸 공격수로 이름을 떨 칠거라 생각해. 나는 긍정을 믿겠어.

Q. 그래. 긍정의 힘을 믿어봐야 할 것 같아.
A. 성공과 실패는 마음먹기에 달려있으니까.
Q. 그런데 그 멘트 어디서 많이들은 것 같다.
A. 명언이다. 왜?

*이 글은 Daum 스포츠 남아공 월드컵 특집 매거진에 실렸으며 Daum측의 허락을 받고 게재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