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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팬들을 위한 골 세리머니에 자비를

 

축구에서 심판 판정은 모든 이들을 납득시키지 않습니다. 축구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종목이기 때문에 심판의 성향에 따라 반칙을 줄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심판이 과도한 몸싸움 동작을 보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론에서 '편파 판정이다', '심판 판정이 문제 있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일 맨유-첼시의 경기가 아닐까 합니다. 박지성이 지르코프에게 반칙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을 수 있었으나, 주심이 박지성의 다이빙으로 판단한 바람에 무효처리된 경우가 있었습니다.(결국 그 주심은 강등) 심지어 호날두처럼 주심을 속이기 위해 사각 지대에서 다이빙 같은 시뮬레이션 액션을 취하는 선수가 그라운드에 존재합니다. 이러한 유형의 선수는 심판을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에 무조건 완벽한 판정을 내릴수는 없는 법입니다. 오심을 줄이는 것이 심판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골 세리머니 규제는 축구팬 입장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K리그가 그렇습니다. 올 시즌에는 실제 경기 시간을 늘리기 위해 '5분 더' 캠페인을 벌이면서 그 일환으로 사물을 이용한 골 세리머니를 금하며 위반하면 경고를 받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14일 성남-인천 경기에서 성남의 파브리시오가 골을 넣은 뒤 가면을 쓰고 세리머니를 하는 바람에 주심에게 경고를 받았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인천전 이전에 파브리시오에게 가면 세리머니를 하지 말라고 말했으나 선수 본인은 가족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썼다고 합니다.

지난 11일 대구-서울전에서 있었던 대구 외국인 선수 레오의 골 세리머니에 이은 퇴장은 K리그의 골 세리머니 규제가 문제 있음을 의미하는 단서입니다. 레오는 골을 넣은 뒤 본부석쪽으로 달려가 정강이 보호대에 끼었던 태극기를 펼쳐들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 장면을 본 장내 아나운서는 "태극기 세리머니에 박수를 바란다"며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레오는 사물(태극기)을 이용한 골 세리머니를 했다는 이유로 주심에게 경고를 받았고, 이미 경고 1개가 누적 되어서 퇴장 당했습니다.

물론 사물을 이용한 골 세리머니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금하기 때문에 K리그도 그 규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면과 태극기는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의 기본 장비(유니폼, 앙말, 정강이 보호대, 축구화)가 아니기 때문에 경기 전 심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파브리시오와 레오는 심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골 세리머니를 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레오는 본부석 앞쪽에서 골 세리머니를 했기 때문에 주심 성향에 따라 시간 지연에 의한 경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브레시오-레오의 골 세리머니에 경고를 준 주심의 잘못은 없으며 그저 규정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K리그의 판정 가이드 라인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프로축구연맹측에서 골 세리머니에 대한 허용을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관중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세리머니를 할 수 있는 여유를 부여하도록 방침을 세웠죠. 그럼에도 파브리시오와 레오는 주심에게 경고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프로축구연맹 측에서 완화했더라도 현장에 있는 주심은 기존의 규정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주심이 그동안 골 세리머니에 과민했던 이유 때문인지 팬 서비스에 대한 융통성이 부족했습니다. 골 세리머니가 팬 서비스라는 점은 웬만한 주심도 인지할 것입니다.

특히 프로야구의 흥행과 유럽축구의 인기, 생중계 감소, 마케팅 부재 등 여러가지 이유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K리그에서는 대중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흥행 요소가 필요합니다. 지난 2003년 이천수의 속옷 세리머니, 2007년 김대의의 스파이더맨 세리머니가 팬들의 열렬한 관심을 끌었는데 지금의 K리그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찾기 힘듭니다. 흥행에 목이 마른 K리그에서는 관중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한데 경기력과 마케팅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관중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를 통해 기쁨을 줘야하는데 그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천수의 속옷 세리머니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정도가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완화된 사항이었습니다. 김대의의 스파이더맨 세리머니는 심판들이 국제평의회에서 바뀐 골 세리머니 조항(지금의 FIFA 골 세리머니 조항)을 인지하지 못해 경고를 주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K리그가 골 세리머니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일선 심판들이 그 흐름에 몸이 베이면서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에 엄격한 잣대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팬 서비스라는 목적 차원에서 K리그의 재미를 빼앗고 있습니다. 프로 스포츠는 수준 높은 경기력과 함께 흥행을 짊어져야 합니다. 특히 K리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있고 아름다운 리그'라는 찬사를 받으려면 경기력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통해 즐거움을 유발해야 합니다.

축구팬 입장에서는 골 세리머니에 대해서 지나치게 규제를 하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경기를 지연하거나, 상대팀 혹은 상대팀 팬들을 도발하거나, 자극적인 세리머니가 아닌 이상은 심판이 팬 서비스 차원에 의한 골 세리머니를 받아줘야 합니다. 특히 관중들을 기쁘게 하고 자신만의 개성이 넘쳐나는 골 세리머니라면 경기를 과도하게 지연시키지 않는 선에서 허락해야 합니다. K리그는 팬들을 위한 골 세리머니에 자비가 필요하며 그것이 용납되지 않으면 흥행의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