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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첼시 MF 조 콜 영입은 '양날의 칼'

 

잉글랜드의 테크니션 미드필더인 조 콜(29, 첼시)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첼시를 떠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그의 행선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팀은 첼시의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입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스타>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조 콜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자유계약 자격으로 첼시를 떠날 것이다"라고 언급해 조 콜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조 콜이 첼시가 제안했던 1년 연장 계약과 40% 주급 삭감(3만 6000파운드, 약 6100만원)을 제시받은것에 굴욕감을 느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조 콜은 맨유에 올 것으로 보이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그를 10대였을 때부터 높이 평가했다"며 맨유 이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맨유만 영입 관심을 나타낸 것은 아닙니다. 데일리 스타는 "맨체스터 시티는 조 콜에게 주급 8만 파운드(약 1억 3500만원)를 제시할 예정이며 토트넘의 해리 레드납 감독이 조 콜에 영입 관심이 있다"며 맨유행이 유력하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올해 여름에 자유계약으로 풀리는 만큼, 조 콜을 향한 다른 팀들의 영입 관심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조 콜은 웨스트햄 영건 시절 '개스코인의 후계자'라는 기대를 모았을 만큼 다재다능한 실력을 자랑했던 선수였습니다. 화려한 드리블과 빠르고 재치있는 돌파력, 날카로운 패싱력 및 킥력까지 장착하며 미드필더진에 창의성을 불어 넣었으며 좌우 윙어 뿐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소화했습니다. 지난 2003년 여름 부터 지금까지 첼시의 10번 선수로 활약해 팀 전력의 주축 멤버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무리뉴-그랜트 체제 시절에 프랭크 램퍼드 못지 않는 에이스 본능을 뽐내며 첼시에 없어서는 안 될 보석으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조 콜은 첼시의 대들보가 되기에는 부상으로 빠진 공백이 적지 않았습니다. 2006/07시즌 초반부터 여러차례 잔부상으로 부침에 시달렸던 이력이 있었고, 지난해 1월에는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그해 9월말에 복귀했습니다. 팀의 주축 미드필더로서 빠듯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을 거듭하면서 혹사 상태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 여파로 십자인대 부상 복귀 이후 예전의 기량을 되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장이 잦아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1월 부터 첼시와의 재계약 협상에 난항을 겪은 것을 비롯 이적설까지 대두됐습니다.

현재 정황상으로는 조 콜이 첼시를 떠나는 시나리오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첼시가 많은 부채를 짊어지지 않기 위해 지출 규모를 줄이기로 하면서 선수 인건비에 메스를 들었기 때문이죠. 구단과의 계약 종료를 앞둔 조 콜과 니콜라 아넬카, 미하엘 발라크의 주급을 삭감하는 것을 비롯 1년 단기를 기본으로 1년 연장 옵션 계약(1+1년)을 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발라크의 주급은 50% 삭감 예정이며 조 콜은 40%를 내치기로 했는데, 조 콜이 구단의 주급 삭감 방침에 불만을 품게 되면서 재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첼시의 긴축 재정 의지가 완고한 상태에서 조 콜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 그는 푸른 사자 엠블럼이 없는 유니폼을 입을 수 있습니다.

조 콜의 행선지로 유력한 곳은 맨유입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18일 "맨유가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 같은 노장들을 대체하기 위해 조 콜을 영입할 것이다"고 보도하면서 조 콜의 맨유 이적 가능성이 대두되었죠. 긱스는 올해 37세, 스콜스는 36세의 미드필더로서 여전히 팀 전력에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지만 은퇴를 앞두고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한 것이 맨유의 과제입니다. 스콜스의 몫은 '안데르손이 아닌' 대런 플래처가 대체하는 상황이지만, 긱스처럼 왼발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마땅찮은게 맨유의 고민입니다.(토시치의 실패가 아쉬운 대목)

맨유가 조 콜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긱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조 콜도 긱스못지 않은 왼발 능력을 자랑하기 때문이죠. 물론 긱스는 왼발의 마법사이며 조 콜은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화려한 킥력과 정교한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차이점이 있지만, 왼쪽 측면에서 팀의 득점을 엮어내거나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맨유가 관심을 가지는 겁니다. 물론 맨유는 박지성-나니-발렌시아를 기반으로 역습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지만 공격의 다양성을 위해 긱스같은 테크니션이 필요하며 그 적임자로 조 콜이 꼽히고 있습니다.

조 콜은 십자인대 부상 이후에 복귀한 안첼로티 체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왼쪽 측면에 대한 감각이 떨어졌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예전의 감각을 회복하지 못해 언제 각성할지는 알 수 없고, 맨유로 이적하더라도 무리뉴-그랜트 시절의 포스를 맘껏 뽐낼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슬럼프 탈출에 성공하면 맨유는 적지 않은 전력 이득을 보게 될 것이며 긱스 대체자에 대한 아쉬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맨유가 조 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올해 여름에 자유 계약 선수로 풀리기 때문입니다. 구단주의 재정난으로 어려움에 빠지면서 현실적으로 슈퍼 스타 영입이 힘들기 때문에, 조 콜 같은 자유 계약 선수에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여름 뉴캐슬과의 계약 종료로 3일 동안 실업자 신세였던 마이클 오언을 이적료 없이 영입했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죠. 긱스를 대체하기 위해 토시치 영입에 800만 파운드(약 136억원)를 지출한 것을 비롯 다비드 실바(발렌시아) 프랭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애슐리 영(애스턴 빌라) 같은 슈퍼 스타들에 관심을 가졌던 맨유의 긱스 대체자 확보 성공이 조 콜에서 막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조 콜이 맨유에서 성공하는 시나리오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내년이면 30대가 되는 선수로서 윙어로 뛰기에는 전반적인 운동 능력에 한계를 겪을 수 밖에 없는데다 부상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윙어는 중앙에 비해 활동 폭이 넓기 때문에 뛰어난 체력과 활동량이 요구되는 포지션입니다. 십자인대 부상 이후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했으나 경기력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 콜이 측면에서 예전의 포스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는 평가입니다.

물론 조 콜의 개인 기량 만을 놓고 보면 긱스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와 잦은 부상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어 팀에 꾸준한 공헌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맨유가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고 있음을 상기하면, 조 콜은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 멤버로 활용 될 가능성이 큽니다. 거의 매 경기에 출전시키면 또 다시 혹사 후유증으로 엄청난 부상에 직면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죠. 굳이 조 콜이 첼시에 잔류하거나 맨유를 제외한 다른 강팀에 이적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 입니다.
 
결국, 맨유의 조 콜 영입은 '양날의 칼' 입니다. 팀 공격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계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만약 조 콜이 맨유에서 자리를 못잡더라도 영입 실패작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자유계약 선수이기 때문에 맨유로서는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오언을 실패작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것 처럼) 또한 왼쪽 윙어로서 맹활약을 펼쳤던 조 콜의 맨유행은 박지성의 새로운 경쟁자 등장을 의미하며, 국내 여론의 관심이 집중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