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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평점 1위' 박지성, 맨유 우승의 산소탱크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거침없는 질주가 웸블리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지난달 1일 아스날, 17일 AC밀란 같은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치더니 칼링컵 결승전에서 중요한 경기에 강한 면모를 발휘하며 맨유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1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칼링컵 결승전 애스턴 빌라전에서 2-1로 승리하여 올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전반 3분 제임스 밀너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12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커팅 및 패스에 이은 마이클 오언의 동점골, 후반 29분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크로스 상황에서 웨인 루니가 역전 헤딩골을 넣으며 맨유가 칼링컵 2연패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박지성은 맨유의 칼링컵 우승으로 '우승 청부사'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이번 칼링컵 우승을 통해 프로 입단 이후 16번째 우승 인연을 맺었습니다. 일본 교토 상가에서 J2리그-일왕배 우승(총 2번),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에레데비지에(2번)-KNVB컵-위너스 슈퍼컵-피스컵 우승(총 5번) 맨유에서는 프리미어리그(3번)-칼링컵(3번)-UEFA 챔피언스리그-FIFA 클럽 월드컵-커뮤니티 실드 우승(총 9번)으로 수많은 우승 경험을 가지게 됐습니다.

박지성, 골 포스트 맞췄지만 최상의 공격력 펼쳤다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해외축구 사이트 <골닷컴 영문판>을 통해 "애스턴 빌라의 수비는 박지성을 봉쇄할 수 있는 전략이 부족했다. 박지성은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 공간을 날라다지만 골 포스트를 맞춘것은 불운했다. 이날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로서(Man of the match, MOM) 대런 깁슨과 교체됐다"는 후한 평가와 함께 양팀 최다 평점인 8.5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 점수는 8점을 기록한 루니-베르바토프-발렌시아-플래처(이상 맨유)-아그본라호르-밀너(이상 애스턴 빌라)보다 더 높은 점수로서, 골닷컴 영문판은 박지성을 칼링컵 결승전 최고의 선수로 지목했습니다. (양팀 선수들 평가는 '이곳'을 링크하면 됩니다.)

그런 박지성은 <스카이스포츠><맨체스터 이브닝뉴스>를 통해 후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스카이스포츠에서는 "공간을 잘 창출했으며 베르바토프와 함께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을 잘 수행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에서는 "믿음직한 활약을 펼쳤다. 경기 막판 교체되기 전까지 자기 위치에서 (애슐리) 영의 공격을 봉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두 언론에서 모두 평점 7점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루니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우리에게 측면 공간이 확보될 거라 인지하여 측면쪽으로 공격을 가했다. 박지성과 발렌시아가 빛났다"며 맨유의 우승 원인을 두 윙어들에게 돌린 것은, 박지성의 공격력이 맨유 우승의 근간 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후반 39분 교체되기까지 왼쪽 측면을 기반으로 중앙과 오른쪽 측면까지 활발히 움직인것을 비롯 스스로 역습을 주도하며 팀의 파상공세를 이끌었습니다. 전반 막판에는 박스 안에서 날린 왼발 슈팅이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추며 역전골이 무위로 돌아간 아쉬움이 있었지만 경기 내내 활력 넘치는 공격력을 발휘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기동력을 비롯 빠른 타이밍을 엮어낸 종패스와 2대1패스를 통해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 전개를 나타냈으며 대부분의 패스가 정확하고 간결하게 연결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서의 역할은 지난해 8월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와 유사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수 사이의 공간에서 프리롤 형태로 움직이며 연계 플레이에 집중했습니다. 그 역할은 후반전에 상대 수비에게 읽히면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해 후반 중반에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당시 박지성은 맨유의 점유율 축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의 박지성은 역습 축구에서 특유의 능동적인 역습 능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횡적인 공격력을 주문하는 점유율 축구보다는 자신의 강점인 종적인 움직임과 종패스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역습에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죠.

이러한 박지성의 프리롤 역할은 실질적으로 플레이메이커 였습니다. 캐릭-플래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압박에 대한 빈도를 높였고 발렌시아의 활동 패턴이 오른쪽 측면에 고정되었다보니 박지성의 활동폭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왼쪽 윙어인 박지성이 오른쪽에서도 공을 잡고 중앙에서 공격을 조율하며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은 맨유 전술이 플랫 4-4-2의 단점인 경직성을 극복하고 역동성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충만한 투쟁력, 강철같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화하기 힘든 역할이 바로 박지성의 임무였습니다.

박지성의 프리롤를 통한 역습 전개는 맨유가 애스턴 빌라 진영을 흔들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상대 오른쪽 풀백인 쿠엘라의 활동폭이 좁고, 상대 미드필더진이 경기 초반부터 전반 30분까지 포백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한것은 박지성의 역습 공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애스턴 빌라는 박지성의 돌파를 예상하지 못한 듯, 집중 압박 체제로 전환하지 못했습니다. 애스턴 빌라의 압박이 발렌시아에게 초점이 모아지면서 박지성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던 것이죠.

그래서 박지성은 왼쪽 측면을 맘껏 질주하면서 베르바토프-캐릭과 연계 플레이에 집중하며 상대 측면을 허물었습니다. 특히 베르바토프가 왼쪽 측면 공간에서 '평소에 보기 드문' 영민한 움직임과 전방 압박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박지성이 왼쪽에서 상대 수비를 많이 흔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지성의 공격력은 상대 미드필더진이 전면 압박에 치중했던 전반 30분 이후에도 빛을 발했습니다. 이번에는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조직을 공략했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와 경합중인 상황에서 문전쪽을 향해 정확한 전진패스를 연결하거나 베르바토프와 2대1 패스를 시도하며 변함없는 골 기회를 창출했죠.

전반 41분 오언의 부상 교체 이후에는 루니와 발을 맞추며 프리롤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베르바토프-캐릭에 루니까지 연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과감한 문전 침투가 좋았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가 상대 포백과 경합하고 발렌시아가 오른쪽 측면에 버티면서 박지성이 문전을 파고들 수 있는 틈이 열린 것입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전반 막판에 중앙에서 문전쪽으로 직접 침투하여 상대 골 포스트를 맞추는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과감한 문전 돌파를 통해 골 기회를 노리거나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움직임을 취하면서 상대 수비를 위협했고 이것은 맨유가 경기 흐름을 장악하며 우승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애스턴 빌라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박지성의 공격력은 다음달 주중에 열릴 AC밀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도 불을 뿜을 것입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안드레아 피를로의 발을 묶는 것과 동시에 상대 미드필더 뒷 공간을 파고들며 네스타를 흔들었던 종적인 공격력이 2차전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애스턴 빌라전에서의 기세라면 맨유의 8강 진출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표팀의 주장으로 모습을 내밀 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A매치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합니다. 박지성 시프트가 또 다시 빛을 발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최근 중요한 경기에서 두드러진 공격력을 발휘하는 박지성의 오름세가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