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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도 해결못한 볼턴의 5경기 연속 무득점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의 시즌 6호골이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혀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만약 이청용의 슈팅이 상대 골망을 갈랐다면 볼턴의 무득점 기록이 깨졌을 것입니다. 물론 볼턴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승리지만, 그 이전에는 5경기 연속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 주소입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21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이우드 파크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블랙번 원정에서 0-3으로 완패를 당했습니다. 전반 42분 니콜라 클라니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후반 27분 제이슨 로버츠, 후반 38분 가엘 지베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죠. 이로써 볼턴은 5승8무12패(승점 23)로 리그 18위에 머물며 강등권에서 벗어나는데 실패한 반면 블랙번은 8승7무11패(승점 31)로 12위에 올라섰습니다.

블랙번전에 풀타임 출전한 이청용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1~2번 좋은 터치들이 있었다(One or two good touches)"는 평가와 함께 평점 6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지난 18일 위건전보다 활동 폭이 넓어진 것을 비롯 여러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며 동료 선수들에게 골 기회를 밀어넣었지만 16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따른 체력 저하를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청용의 공격력에 비해 다른 동료 선수들의 활약이 저조했다는 점입니다.

볼턴, 수비도 문제지만 공격도 마찬가지

볼턴은 블랙번전 이전까지 최근 리그 4경기 중에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성적 부진의 원인이었던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드필더를 통한 압박을 키우고 포백의 존 디펜스 향상을 통해 수비 집중력을 키우려 했습니다. 이미 1월 이적시장이 끝난데다 게리 케이힐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만큼, 기존 스쿼드의 분발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죠. 특히 지난 18일 위건전 무실점으로 수비 불안에 대한 걱정을 더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볼턴의 블랙번전 패배는 결국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발목 잡혔습니다.  로빈슨-리케츠-나이트-스테인슨으로 짜인 포백이 존 디펜스에 실패하면서 서로 엉성한 수비 밸런스를 일관하며 상대의 역습에 무너졌습니다. 특히 나이트는 전반전에 자기 진영에서 백패스를 연결한 것이 상대의 골 기회로 연결된 것을 비롯, 몸싸움과 공중볼 다툼, 위치선정, 리케츠와의 호흡, 수비 집중력 등 센터백으로서 불안한 모습을 여러차례 나타냈습니다. 풀럼-애스턴 빌라 시절보다 수비력 저하가 두드러진 나이트의 불안한 수비력은 올 시즌 내내 볼턴을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그보다 볼턴이 주의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 바로 공격력 저하 입니다. 지난달 27일 번리전에서 이청용의 결승골로 1-0의 승리를 거두었으나 그 이후 리그 5경기에서 무득점에 빠졌습니다. 지난달 30일 리버풀전 0-2 패배를 시작으로 지난 7일 풀럼전 0-0 무승부, 10일 맨시티전 0-2 패배, 18일 위건전 0-0 무승부, 그리고 블랙번전 0-3 패배로 5경기에서 골을 넣는데 실패한 것을 비롯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번리전 승리로 15위를 기록했던 볼턴은 18위로 추락해 다시 강등권에 빠졌습니다. 수비 불안을 비롯 최근에는 5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공격까지 약화되면서 총체적 부진에 직면했습니다.

무엇보다 볼턴 선수들의 몸이 무겁습니다. 데이비스-엘만더-테일러-무암바-이청용 같은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은 근래에 잦은 선발 출전을 거듭하면서 체력이 저하되었고 움직임이 예전처럼 활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미드필더를 통해 거치는 2대1 패스와 대각선 패스, 종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가 상대 문전 앞에서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공격 마무리의 불안함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그 중에 엘만더는 후방에서 날라온 패스를 끊거나 퍼스트 터치 불안으로 골 기회를 스스로 날렸고 블랙번전에서도 이청용이 만들어준 골 기회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문제점을 노출 했습니다.

특히 볼턴의 5경기 연속 무득점은 이반 클라스니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비롯 됐습니다. 클라스니치의 부상으로 엘만더가 데이비스와 함께 투톱을 맡았으나 두 선수의 동선이 최전방에서 겹치면서 볼턴 공격의 마무리가 종종 끊어졌습니다. 두 선수 모두 최전방을 기반으로 타겟맨을 소화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어느 한 명이 다른 공격수의 보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엘만더는 최전방에서 가만히 서있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이것은 상대 수비수들에게 고립되어 골 기회를 잡지 못하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행보가 두 시즌 동안 계속되었는데, 2008년 여름 100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엘만더를 영입했던 볼턴의 선택은 결국 실패로 결론 났습니다.

블랙번전에서는 엘만더의 교체 타이밍이 다소 늦었고 교체 상대도 적절하지 못한것은 코일 감독의 실책입니다. 엘만더를 조기에 교체하고 윌셔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해, 수비 불안 해소 차원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밑으로 내려 4-2-3-1을 구사했다면 0-3 완패의 참혹한 결과에서 벗어났을지 모릅니다.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이 실패한 볼턴으로서는 더 이상 엘만더에게 미련을 두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코일 감독은 엘만더를 너무 믿었는지 후반 24분까지 기용했고 팀의 경기력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엘만더를 빼고 클라스니치를 투입했는데 오히려 악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클라스니치는 블랙번전에서 복귀전을 가졌으나 25분 동안 패스 한 번만 시도했을 뿐 최전방에서 고립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드필더들의 밸런스가 무너져 상대에게 추가골을 내줬습니다. 결국, 컨디션이 좋지 못한 클라스니치의 교체 기용은 코일 감독의 무리한 선택 이었습니다.

블랙번전에서는 게리 멕슨 전 감독 시절로 돌아간 듯한 공격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미드필더진을 거치지 않고 후방에서 전방으로 띄우는 롱볼을 통해 골 기회를 노린 것이죠. 특히 스테인손이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서 전방을 향해 롱볼을 올리며 공격의 창의성을 떨어 뜨렸습니다. 왼쪽 윙어인 테일러는 14개의 패스 중에 11개를 부정확하게 연결하는 비효율적인 공격을 일관했습니다. 볼턴이 블랙번과의 패스 횟수에서 232-175개로 앞섰음을 상기하면, 공격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이 5경기 연속 무득점의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청용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아무리 이청용이 맹활약을 펼치더라도 동료 선수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팀이 승리를 거두기가 힘들어집니다. 축구는 엄연히 단체종목이기 때문에 팀이 잘 되어야 선수의 경기력이 빛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블랙번전에서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넓은 활동폭을 통해 동료 선수들에게 정교한 골 기회를 밀어 넣었으나 엘만더-테일러-무암바가 볼 트래핑에 미숙함을 드러내면서 상대 골망을 흔드는데 실패했습니다. 이청용이 결정적인 골 기회를 창출해도 동료 선수들의 공격력 미숙으로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이 5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진 볼턴의 현실입니다.

이에 이청용은 후반 13분 문전으로 이동하여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 폴 로빈슨의 슈퍼 세이브에 막혀 시즌 6호골 기회가 날아갔습니다. 만약 이청용의 발끝에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면 볼턴은 무득점의 악연에서 벗어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로빈슨은 한때 잉글랜드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포스를 발휘하며 이청용의 위협적인 슈팅을 선방합니다. 그런 이청용이 두 손으로 얼굴을 웅켜 잡으며 안타까워했던 것은 볼턴이 지독한 골 악연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청용이 골을 기록했던 5경기(리그가 4경기)는 볼턴이 모두 승리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볼턴의 해결사', '승리의 아이콘'이라는 찬사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의 발끝에서는 지난 번리전 이후 지금까지 5경기 연속 골과 도움이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잦은 선발 출전에 따른 체력 저하와 함께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예전보다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동료 선수들이 분발하여 팀의 골을 엮어내야 하는데 현실은 5경기 연속 무득점입니다. 만약 볼턴의 골 악연이 앞으로도 계속되면 강등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