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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웨인 루니,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할까?

 

"웨인 루니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을 위해 큰 무대에서 좋은 활약 펼치고 있다. 이것은 (세계) 최고의 선수만이 할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는 지난 4일 <ESPN 사커넷>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팀 동료이자 후배인 웨인 루니(25)가 '세계 최고의 선수'에 근접했다고 밝혔습니다. 루니가 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이스로서 두드러진 맹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긱스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린 것입니다.

그런 루니는 7일 포츠머스전에서 팀의 5-0 대승을 이끄는 결승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양팀이 전반 40분까지 0-0으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사이, 문전에서 대런 플래처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받아 상대 골망을 흔든 것이죠. 루니의 한 방은 경기 분위기가 맨유쪽으로 쏠리면서 대량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됐습니다. 포츠머스전에서 골을 넣은 루니는 최근 4경기 연속골(7골) 기록을 비롯 프리미어리그 21골로 득점 단독 선두 자리를 확고하게 지켰습니다.

그래서 루니는 리그 30골 득점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4경기에서 21골 넣었기 때문에(1경기 결장했음, 1경기 당 0.875골) 앞으로 남은 13경기에서 9골만 넣으면(1경기당 0.692골) 30골 고지를 넘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선수협회(PFA)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에 등극할 것으로 보입니다. PFA 올해의 선수는 2월 즈음에 PFA에 소속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고 4월 경에 수상자를 발표하기 때문에,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선두 도약을 이끈 루니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PFA 올해의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입니다. 그래서 루니가 받는다면 프리미어리그 No.1으로 올라섭니다.

루니의 거침없는 오름세는 앞으로 계속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가 침체의 원인이었던 점유율 축구를 버리고 기존의 역습 축구로 전환하면서 최근 4경기에서 15골을 몰아넣는 파괴력을 발휘중이기 때문입니다. 루이스 나니가 '각성 모드'로 변신하여 팀의 페너트레이션을 주도하면서 맨유의 공격 스타일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이것은 루니가 최근 4경기 연속골에 7골을 기록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맨유의 역습 축구에서는 나니-박지성-발렌시아 같은 후방 옵션들이 루니에게 다이렉트로 골 기회를 밀어줍니다. 그래서 루니는 상대 골망을 가를 수 있는 장면이 부쩍 많아졌고 포츠머스전에서는 선제골 작렬 이전까지 8번의 슈팅을 날렸습니다.

지금의 기세대로라면, 루니는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엄연히 세계 최고의 리그이기 때문에 그 틀에서 No.1으로 부각되고 있는 루니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물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를 비롯한 다른 유럽 리그에도 그만한 기질의 선수가 있고, 올해는 월드컵이 있기 때문에 루니의 세계 축구 1인자 도약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루니는 세계 축구 1인자 도약에 있어 뚜렷한 자격 조건을 갖춘 선수임에 틀림 없습니다.

사실, 루니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감이 있는 선수입니다. 세계 3대 축구 천재로 꼽히는 카카-호날두-메시가 2007년 부터 지난해까지 1년 단위로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했던 반면에 루니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습니다. 2007/08시즌과 2008/09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12골을 기록했을 만큼, 세계 최고의 선수에 걸맞지 않는 공격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그 당시의 루니는 호날두의 골을 도와주는 조연이었지만, 세계 축구 1인자는 늘 주연의 몫이었습니다.

카카-호날두-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소속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공헌이 따랐기에 가능했습니다. 루니는 2007/08시즌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로 활약했으나 그 당시의 맨유 에이스는 자신이 아닌 호날두 였습니다. 호날두는 프리미어리그 31골 및 챔피언스리그 8골로 두 대회 득점왕에 등극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에 올랐죠. 그런 루니는 왼쪽 측면과 중원까지 수비 가담하거나 빌드업을 이끄는 이타적인 역할로 호날두의 골을 도왔습니다.

문제는 그 이타적인 역할이 루니의 가치와 위상이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장애물로 작용했습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하기 때문에 공격 포인트에 따라 선수에 대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2007/08시즌과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2골을 넣은 루니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성장이 정체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나타냈습니다.

그 이유는 루니가 불과 몇년 전까지 세계 축구를 빛낼 기대주로 각광받았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 에버튼에서 화려한 데뷔를 했고 맨유로 이적한 2004/05시즌에는 팀의 주축 공격수로 자리잡아 미완의 대기였던 호날두를 앞섰습니다. 유로 2004에서는 19세의 나이에 4경기 4골을 뽑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할 날이 가까워졌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때는 호날두-메시보다는 루니가 밝은 미래를 기약했습니다. 하지만 루니가 맨유에서 이타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추면서 호날두가 2006/07시즌 부터 에이스로 치고 나갔더니 이듬해 시즌 세계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루니는 호날두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조연이었죠.

루니가 올 시즌 맨유의 에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호날두가 지난해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맨유의 스쿼드에서 호날두 만큼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루니 밖에 없었기 때문에, 루니의 득점력을 키우는 '루니 시프트'가 맨유의 공격 키워드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 결과는 루니가 프리미어리그 득점 레이스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거듭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고, 그런 루니는 호날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맨유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당당한 주연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런 루니의 발끝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향하게 됐습니다. 호날두가 2007/08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독보적인 행보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역으로 맹활약을 펼쳤던 사례처럼, 루니의 현재 행보는 두 시즌전 호날두의 독보적인 모습과 흡사합니다. 만약 루니가 맨유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 도약이 가까워질 것입니다. 물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경기 출전 횟수가 3경기에 불과했고, 그동안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에 토너먼트 무대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루니의 세계 최고의 선수 도약의 최대 고비는 올해 6월에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입니다.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 카카-호날두-메시에 이은 또 한 명의 세계 최고의 선수로 화려하게 비상할 것입니다. 특히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축구 대표팀을 가리는 대회로 꼽힙니다. 맨유의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더라도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하는데 걸림돌이 작용할 것입니다.

'종가의 별' 루니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골게터입니다. 1966년 이후 44년 동안 세계 제패에 실패했던 축구 종가의 한을 풀어야 하는 숙명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유럽 예선에서 9승1무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고, 선발 스쿼드가 4년 전 독일 월드컵 시절보다 탄탄해졌고, 루니의 투톱 파트너인 저메인 디포가 득점력에 눈을 떴고, 제라드-램퍼드 공존 실패 후유증에서 벗어났고, '우승 청부사'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기 때문에 브라질-스페인 대표팀과 더불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힙니다. 월드컵에서 발군의 골 감각을 벼르고 있을 루니의 화려한 비상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루니는 4년 전 독일 월드컵에서 4경기에 출전했으나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2006년 4월 29일 첼시전에서 파울루 페레이라에게 백태클을 당하며 전치 6주의 오른쪽 정강이 골절로 신음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최종엔트리 제외가 유력했지만 다행히 빠른 회복을 나타냈고 독일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8강 포르투갈전에서 퇴장당했고 그 여파속에 팀은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루니는 4년 전 보다 더 강한 선수로 성장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의 희망에서 대들보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 도약의 기틀을 다질 루니가 독기를 품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