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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골' 박주영, 진화하는 '한국의 득점기계'

 

'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프랑스리그 진출 이후 사상 처음으로 멀티골(2골)을 넣으며 골잡이의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프랑스리그 득점 랭킹에서도 16위에서 7위로 뛰어오르며 득점 순위 상위권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박주영은 31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간) 루이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10시즌 프랑스 리게 앙(리그1) 22라운드 OGC 니스와의 홈 경기에서 2골을 넣었습니다. 전반 18분 네네의 왼쪽 코너킥 과정에서 정확한 타점에 의한 헤딩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15분에는 네네가 왼쪽 측면 돌파 과정에서 문전쪽으로 밀어준 패스를 그대로 달려들며 오른발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모나코는 박주영의 2골로 3-2의 승리를 거두며 리그 3위로 뛰어올랐고 '박주영 도우미'로 활약한 네네는 1골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9월 14일 파리 생제르망전에서 시즌 첫 골을 신고했던 박주영은 니스전까지 22경기 9골 3도움을 기록해 팀 공격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의 31경기 5골 6도움 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으며 지금의 추세라면 시즌 15호골 달성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프랑스리그에서 15골 이상 기록한 선수가 3명(지냑, 벤제마, 호아루)에 불과했음을 상기하면, 박주영의 시즌 15호골 달성은 자신의 가치를 유럽에 널리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박주영의 상종가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최근 8경기에서 6골을 넣었기 때문이죠. 지난달 16일 스타드 렌전 부터 23일 르망전까지 3경기 연속골을 꽂았고 27일 리옹과의 프랑스컵 32강전에서는 역전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이번 니스와의 경기에서는 멀티골을 달성하며 공격력의 화룡정점을 찍었습니다. 골의 영양가도 제법 컸습니다. 9골 중에 결승골이 4골인 것을 비롯해 동점골 2골, 선제골 2골, 추가골 1골 있었으며 자신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는 모나코가 패한적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박주영의 헤딩 실력이 점점 무르익고 있습니다. 박주영은 지난 리옹전에서 모데스토의 크로스, 이번 니스전에서는 네네의 코너킥을 문전에서 정확한 위치 선정에 이은 헤딩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두 번의 헤딩골 장면 모두 상대 수비수들이 자신의 방향을 예측하지 못해 견제 동작이 늦을 만큼, 골문에서 헤딩슛을 날릴 수 있는 위치를 미리 잡아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것은 박주영의 지능적인 위치선정과 정확하고 임펙트 넘치는 헤딩슛, 폭발적인 서전트 점프, 동료 선수의 크로스와 코너킥 방향을 예측하는 낙하지점 판단이 최근에 빛을 발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박주영은 그동안 헤딩골을 즐겨 넣는 선수가 아닙니다. 올 시즌에는 리옹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헤딩골을 넣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2경기 연속 헤딩골을 작렬한 것은 공격수로서 다양한 패턴에 의해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랑스리그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나타내고 있지만, 현재의 기량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공격수가 되기 위해 최근까지 실력 향상에 매진했던 것이 리옹전과 니스전 골 장면에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박주영이 공격수라는 포지션을 뛰어넘어 '득점기계'로 진화에 성공했음을 말합니다. 좌우 양발을 가리지 않는 득점 패턴에 헤딩골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여 프랑스리그 득점 순위 상위권에 오른 것은 전천후 득점기계로 떠올랐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동안 조용했던 골잡이로서의 본능이 드디어 터진 것은 의미심장 합니다.

그런 박주영은 그동안 득점기계로서 굴곡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신인이었던 2005년에 K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괴물 골잡이'라는 찬사를 얻었으나 이듬해 부상과 부진까지 겹쳐 골 숫자가 점점 줄었고 2년 전에는 왼쪽 윙어로 활약해 이타적인 역할에 치중했습니다. 프랑스리그로 무대를 옮긴 2008/09시즌에도 골보다는 플레이메이커로서 도우미 역할에 치중하며 이타적인 공격 본능을 뽐냈습니다. 그러더니 올 시즌에는 타겟맨을 맡으면서 예전의 순도높은 골 감각을 되찾았고 최근에는 5년 전의 강력한 포스를 프랑스에서 재현중입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니스전에서는 그동안 맡았던 역할과 다른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동안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 공간을 파고들며 네네-아루나-알론소 같은 후방 공격 옵션들의 문전 침투를 돕더니 니스전에서는 전형적인 득점기계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골문 앞에 머물러 골 기회를 기다렸던 것이죠. 기존에는 네네에게 골 기회를 도와줬지만 니스전에서는 네네-아루나-알론소의 전방 패스를 받아 골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 역력했고 그 과정을 놓치지 않는 날카로움이 돋보였습니다.

이것은 모나코의 전술이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박주영에게 이타적인 역할이 아닌 골을 넣는 저격수 역할을 맡기면서 모나코의 득점 패턴을 바꾼 것이죠. 모나코를 상대하는 팀들이 네네에 대한 밀착 견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박주영이 원톱으로서 많은 골을 넣을 필요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네네의 득점력에 의존하던 모나코는 박주영의 골잡이 본능에 힘입어 한때 리그 10위권 바깥으로 밀렸던 성적을 단숨에 3위로 끌어 올렸고 프랑스컵 32강전에서 리옹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박주영의 골잡이 역할은 앞으로도 지속 될 가능성이 큽니다. 모나코가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려면 꾸준한 승점 3점 확보가 필요하며 물 오른 득점력을 과시하는 박주영의 골을 기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박주영은 강력한 체구와 거친 플레이를 펼치는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즐기고 공중볼 다툼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고 항상 꾸준했습니다. 상대의 거센 압박 수비를 받더라도 네네-아루나-알론소가 과감한 전방 침투로 상대 압박을 분산 시킬 수 있는 만큼, 박주영의 지속적인 맹활약 및 물 오른 골 감각이 계속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아울러 박주영의 오름세는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꿈꾸는 허정무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거칠기로 소문난 프랑스리그 수비수들을 상대로 득점기계의 실력을 뽐낸것을 비롯 타겟맨으로서의 저력을 발휘하며 허정무호의 타겟맨 부재에 대한 고민을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리그에서 거듭된 진화로 탄력을 얻은 '한국의 득점기계' 박주영의 화려한 비상은 앞으로도 거침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즌,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폭발적인 골 감각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