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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vs잠비아, 관전 포인트 6가지는?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0년 A매치 첫 경기를 치릅니다. 평가전은 승리도 좋지만 전력 점검과 컨디션 유지, 현지 적응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번 경기는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밑거름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은 오는 9일 오후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란드 스타디움에서 잠비아와 평가전을 갖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B조 본선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격돌하기 때문에 잠비아를 가상의 나이지리아로 낙점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잠비아와 경기를 치르며 나이지리아전을 준비하고 남아공의 고지대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잠비아전, 고지대 적응 키울 기회

잠비아전이 열리는 요하네스버그의 해발고도는 1753m입니다. 남한에서 최고로 높은 산인 한라산의 1950m보다 197m 낮은 곳에서 이번 경기가 열립니다. 특히 요하네스버그는 아르헨티나와의 본선 2차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고지대가 승부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고지대는 산소가 희박한 곳으로서 체력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선수들이 지치기 쉽습니다. 여기에 볼 스피드까지 빨라지면서 저지대에서의 공격 템포에 익숙한 선수들에게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그동안 여러 인터뷰를 통해 고지대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대표팀은 해발고도 1250m에 위치한 루스텐버그에서 훈련하여 고지대 적응에 주력했습니다. 고지대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며 본선을 준비하겠다는 것이 그 요지죠. 지금까지는 루스텐버그에서 훈련하면서 고지대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1753m에 위치한 요하네스버그에서 90분을 무난하게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2. 아프리카팀의 습성을 파악하라

한국이 잠비아와 평가전을 하는 이유는 나이지리아를 격파하기 위해서입니다. '적을 잘 알아야 승리한다'는 속설처럼, 나이지리아전 승리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하려면 아프리카팀의 습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프리카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기교를 주무기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는 성향입니다. 특히 한국 축구는 지난해 U-20, U-17 월드컵 8강에서 아프리카 팀들(각각 가나, 나이지리아)에 의해 4강 진출에 실패한 전례가 있어 아프리카 축구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아프리카 팀들의 단점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상대팀에게 수비 뒷 공간을 쉽게 허용해 공격 기회를 내준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분위기에 너무 휩쓸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잠비아전에서는 정확한 전진패스와 2대1 패스 등을 앞세워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전술에 주력하고 수비를 두껍게 구축하여 상대의 공격 기세를 무너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은 염기훈-김정우-구자철-김재성-김보경-김두현 등 패싱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여럿 있습니다. 톱니바퀴 같은 패싱력을 주무기로 골을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3. 이동국-노병준, 대표팀 공격 이끌 투톱

허정무 감독은 잠비아전에서 한국의 공격 첨병을 맡을 투톱으로 이동국과 노병준을 낙점했습니다. 이동국은 허정무호 발탁 이후 아직까지 골이 없으며 노병준은 허정무호에 첫 발탁된 공격수입니다. 각각 지난해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과 포항의 우승에 큰 공헌을 세웠던 이들의 공격력이 빛을 볼 지 주목됩니다. 이동국은 묵직한 포스트 플레이와 가공할 슈팅력을 앞세워 잠비아의 골망을 두드릴 것이며 노병준은 2선과 최전방을 부지런히 오가는 빠른 발과 드리블 돌파를 뽐낼 것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이동국의 역할 변화 입니다. 이동국은 2선과 최전방을 오가며 미드필더들의 패스를 받아 타겟맨에게 공을 배달하거나 자신이 직접 슈팅을 시도했던 쉐도우 였습니다. 움직임이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만큼 부지런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잠비아전에서는 노병준과 호흡하면서 전북에서의 타겟맨 역할을 대표팀에서 그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과연 이동국이 빠른 기동력을 자랑하는 노병준, 패싱력을 주무기로 삼을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공격 기회를 받으며 골을 터뜨릴지 주목됩니다.

4. 신예들의 활약 여부는?

무엇보다 잠비아전에서는 대표팀에 새롭게 포함 된 신예들이 눈에 띱니다. 25명의 선수들 중에서는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끈 구자철-김보경-이승렬의 이름이 돋보입니다. 지난해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역인 신형민을 비롯해서 '늦깎이'라고 할 수 있는 김재성-노병준도 허정무호 출범 이후 첫 발탁 됐습니다. K리그에서 잠재된 기량을 발휘했던 김신욱-이규로-하태균-최철순, 일본 J리그 디펜딩 챔피언 가시마에서 활약중인 박주호도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신예들을 대거 발탁한 것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신예들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과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스쿼드를 유지하면 경쟁 약화로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신예들을 발탁하여 경기력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위주로 옥석을 가리겠다는 심산입니다. 그 시작이 될 잠비아전에서, 과연 어떤 신예가 허정무 감독의 눈을 사로잡을지 주목됩니다.

5. 'EPL 러브콜' 구자철의 활약 여부는?

그중에서 구자철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자철은 지난 8일 프리미어리그 블랙번의 입단 테스트 제안을 받은 선수로 알려져 축구팬들의 높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송곳같은 패싱력과 유연한 볼 처리, 활발한 움직임을 앞세운 빠른 공수 전환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소속팀 제주에서는 미드필더진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았고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는 청소년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팀의 8강 진출을 공헌했습니다. 잠비아전에서는 셀틱으로 이적한 기성용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정우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를 맡아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질 계획입니다.

특히 구자철은 안정된 볼 키핑을 앞세운 영리한 경기 운영을 펼칩니다. 중원에서 공을 커트하거나 동료 선수로부터 공을 받으면 그 즉시 전방 옵션 또는 상대 수비 공간이 뚫려있는 쪽으로 공을 띄우며 팀의 빌드업을 주도합니다. 수비에서는 상대 선수들보다 좋은 위치를 선점한 뒤 상대의 공격 길목을 미리 차단하고 압박 상황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선수입니다. 이번 잠비아전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를 활발하고 정확하게 연결하여 대표팀 공격의 물 줄기 역할을 맡는다면 기성용의 새로운 포지션 경쟁자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6. 최철순, 풀백 경쟁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를까?

잠비아전에서는 왼쪽 풀백으로 최철순이 선발 출전할 예정입니다. 이영표-김동진 같은 해외파들이 소속팀 일정때문에 남아공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아 최철순이 그 공백을 메우게 된 것이죠. 최철순은 활발한 오버래핑과 부지런한 움직임, 끈질긴 대인마크, 유연한 공간 커버를 자랑하는 풀백으로서 좌우 측면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으나 지난해 전북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공헌으로 허정무 감독의 선택을 받으며 남아공 전지훈련에 합류 했습니다.

무엇보다 최철순의 대표팀 발탁은 치열한 풀백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잦은 포지션 전환 등의 이유로 폼이 떨어진 김치우를 대표팀에서 탈락시키고 최철순을 불러들인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최철순이 잠비아전을 비롯해서 앞으로 남은 대표팀 일정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경우 이영표-김동진의 왼쪽, 오범석-차두리의 오른쪽 풀백 구도로 치열한 주전 경쟁이 벌어졌던 대표팀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전개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