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맨유, 보이지 않는 EPL 4연패 돌파구

 

로베르토 만치니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감독은 지난 5일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호날두와 테베즈는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런 두 선수를 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경기에서 패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맨유의 침체 원인을 호날두-테베즈 공백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만치니 감독의 발언은 맨유가 두 명의 공격수를 잃으면서 파괴력이 주춤했고 그로 인해 팀 전력이 지난 시즌보다 약해졌다는 것으로 풀이 됩니다. 물론 만치니 감독의 생각 뿐만은 아닐 겁니다. '맨유는 호날두-테베즈 이적으로 전력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팬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에 도전하는 팀 입니다. 그러나 호날두-테베즈가 지난해 여름 이적하면서 파괴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점유율 축구로 극복하는데 성공했으나 마땅한 득점 자원이 웨인 루니에 불과한 약점에 발목 잡혔습니다. 루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1위(14골)을 기록해 팀의 어엿한 골잡이로 거듭났습니다. 문제는 루니와 함께 골을 책임져야 할 베르바토프-오언-마케다의 공격력이 시원치 않습니다. 세 명 모두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맨유의 걱정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오언은 슈퍼서브로서 어느 정도의 몫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실패작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맨유가 이적료 없이 데려왔고 주급을 50% 삭감한데다 선수 본인이 2004년 레알 마드리드 시절부터 내림세가 두드러졌음을 상기하면 실패를 논하는 것은 잘못됐습니다. 문제는 베르바토프입니다. 루니와의 호흡 부조화를 비롯 상대의 거센 압박을 받으면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맨유의 공격 마무리 부족을 부추겼습니다. 1년 6개월 전 맨유 역사상 최고 이적료(3075만 파운드)를 기록한 선수였으나 기복이 심한 활약을 펼쳐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지난 시즌 호날두와 테베즈의 주춤한 활약 속에서도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한 팀입니다. 호날두는 시즌 중반 9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린 것을 비롯 상대팀의 압박에 고전했던 아쉬움이 있으며 2007/08시즌보다 파괴력이 떨어진 문제점이 있습니다. 테베즈는 베르바토프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선수로서 프리미어리그 29경기에서 5골에 그쳤고 팀 공헌도가 이름값에 비해 저조했습니다.

맨유의 지난 시즌 우승 비결은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오셰이로 짜인 포백의 끈끈한 수비 조직력입니다.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13경기 연속 무실점 선방에 캐릭-플래처-박지성 같은 수비력이 출중한 미드필더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판 데르 사르와 그 외 수비 자원들이 줄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비디치-퍼니단드의 폼이 떨어졌고 상대 공격수의 저돌적인 움직임에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수비수들의 줄부상으로 미드필더들이 공백을 메웠으나 백업 미드필더들의 중원 장악 실패로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3일 리즈 유나이티드전 0-1 충격패 또한 백업 미드필더(웰백-안데르손-깁슨-오베르탕)들의 역량 부족이 결정적 원인 이었습니다. 맨유는 리즈전이 열리가 사흘 전 위건과의 경기에서 66-34(%)의 점유율 우세를 앞세워 5-0 대승을 거두었으나 리즈전에서는 미드필더들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점유율에서 46-54(%)로 밀렸습니다. 맨유가 점유율 축구를 팀 전술의 근간으로 삼았음을 상기하면 홈 경기에서 조차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안데르손-깁슨은 부정확한 패스 연발로 팀 공격을 끊었고 웰백-오베르탕의 움직임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더블 우승을 달성했던 2007/08시즌 FA컵 8강전에서 포츠머스에게 홈에서 0-1로 패했고 루니와 호날두 같은 주축 선수가 대거 출전했음에도 경기 내용은 무기력했습니다. 리즈전에서 패했다고 해서 올 시즌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올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가 상향 평준화 되면서 빅4 클럽들의 고공행진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선두 첼시가 지난달 29일 풀럼전까지 프리미어리그 6경기에서 2승3무1패로 주춤한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5패 징크스' 입니다. 근래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던 팀들의 공통점은 5패 이내의 성적으로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20경기에서 벌써 다섯 번이나 패했고(14승1무5패) 첼시는 3번 졌을 뿐입니다.(14승3무3패, 참고로 아스날 4패-맨시티 2패) 만약 5패 징크스가 올해도 성립된다면 맨유는 남은 경기 18경기에서 단 한 경기라도 패하지 않아야 우승의 희망을 볼 것입니다. 그러나 20경기에서 5패를 거둔데다 전력마저 기복이 심해지면서 앞으로 무패의 성적을 거둘지는 의문입니다.

맨유가 지금의 침체를 이겨내고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1월 이적시장에서의 선수 영입입니다. 지난 시즌 아스날이 1월 이적시장에서 안드리 아르샤빈을 영입해 리그 6위에서 4위로 뛰어올라 빅4 수성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 사례죠.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위해서는 그 과정이 원활하게 도달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합니다. 지난 시즌보다 파괴력이 약해진 맨유로서는 새로운 무기를 통해 득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1월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11월 23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5000만 파운드(약 909억원)의 몸값을 기록중이다.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할 수 없다. 현재 스쿼드에 만족한다"며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영입에 거액 이적료를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맨유에 부채가 많고 근래에 대형 선수를 영입하면서 뚜렷한 전력 오름세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대표적으로 베르바토프-나니-안데르손-하그리브스) 대형 선수 영입에 인색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맨유가 1월 이적시장에서 파괴력에 힘을 실어줄 대형 선수를 영입하지 않으면 기존 전력의 문제점이 시즌 후반기에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 스쿼드에서 내실을 탄탄히 다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나 현재까지는 뚜렷히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한달 전에는 미드필더들의 다득점을 앞세워 루니에 대한 득점 의존도를 해소했습니다. 하지만 수비수들의 줄 부상으로 미드필더들이 후방으로 배치되면서 공수 밸런스가 깨졌고 여기에 리즈전 충격패로 분위기까지 가라앉으면서 프리미어리그 4연패 행보가 어렵게 됐습니다.

만약 첼시가 주축 선수들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에 따른 전력 약화로 고전하면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1위 입성 및 4연패 행보에 파란불이 켜질 것입니다. 하지만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4연패 달성 고지를 밟기 위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우승 행보에 어려움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1월 이적시장에서의 대형 선수 영입 마저 불투명하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