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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아스날전 맹활약 기대되는 이유

 

"아스날 왼쪽 풀백인 클리시와 붙어보고 싶다. 자신감을 찾고 많이 배우고 싶다. 막상 붙어봐서 너무 대단하다면 그 순간 좌절하겠지만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할 것이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튼)은 지난해 7월 출국 전 인터뷰에서 아스날의 왼쪽 풀백인 가엘 클리시와 맞붙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클리시는 공수 양면에 걸쳐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왼쪽 풀백입니다. 최근에 등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으나 이청용이 클리시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스날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런 이청용이 아스날 홈 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밟게 됐습니다. 오는 7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순연 경기에서 아스날과 상대합니다. 지난 2일 링컨 시티와의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는 상황에서 엉덩이를 가격당해 고통을 호소했으나 아스날전 출전에 문제 없으며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청용은 빅4 클럽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무르익은 공격 재능을 맘껏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0월 17일 맨유전에서는 A매치 차출 여파로 체력 및 컨디션 상태가 저하된 상황에서 선발 출전했으나 소극적인 공격을 일관하며 오른쪽 공격이 활발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10월 31일 첼시전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나 상대 미드필더들의 두꺼운 압박에 막혀 팀의 공격을 조율하는데 실패했고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인 공격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무엇보다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옷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청용은 맨유와 첼시전에서 팀 공격에 적극적인 관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활발한 공수 전환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것을 상기하면 이청용의 두 경기 활약상이 아쉬움에 남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좀 더 넓히면, 볼튼의 미드필더들도 공격 과정에서 상대 미드필더들처럼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후방에서 케빈 데이비스의 머리를 향해 롱볼을 띄우는 볼튼의 공격 전개가 미드필더들의 공격 역량을 위축시켰던 전술적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청용은 맨유와 첼시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한 적이 없었습니다. 강팀이 약팀보다 압박의 두께가 있음을 상기하면 이청용은 자신의 공격력 향상을 위해 넘어서야 할 고개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최근에 상대했던 맨시티도 강팀으로 분류될 만 합니다. 지난달 13일 맨시티전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비롯 1도움을 기록했으나 당시의 맨시티는 7연속 무승부 부진에 빠졌고 휴즈 체제에서 강팀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의 아스날전 출전은 자신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발판의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스날전을 준비하는 이청용은 맨유와 첼시 수비에 고전했던 2~3개월 전의 이청용이 아닙니다. 지금의 이청용은 볼튼의 에이스이고 팀 공격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입니다. 동료 공격 옵션들에게 감각적인 공격 기회를 밀어주는 선수이며 올 시즌 상대 문전에서 네 번씩이나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롱볼에서 기술 축구로 진화하는 것을 꿈꾸는 볼튼의 변화를 상징하는 선수로서 팀 내에서의 위상이 큽니다.

그래서 이번 아스날전은 이청용의 맹활약을 기대해도 될 듯 싶습니다. 이청용은 지난 2일 링컨 시티전 골을 비롯 최근에 가파른 오름세를 달렸으며 그 기세를 몰아 아스날 원정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아스날 전에서는 오른쪽 윙어 출격이 유력하며 클리시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는 아르망 트라오레와 매치업을 벌이게 됩니다. 트라오레는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빨랫줄 같은 볼 배급에 능한 선수지만 수비 뒷 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청용이 그 약점을 노린다면 상대 수비진을 흔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볼튼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동료 선수들의 공격 역량이 중요합니다. 만약 볼튼이 아스날전에서 후방 옵션들이 데이비스의 머리를 노리는 롱볼로 맞선다면 이청용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공격 역량을 맘껏 뽐내지 못할 것입니다. 이청용을 중심으로 미드필더진을 거치는 아기자기한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다양한 공격 루트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볼튼 미드필더들이 아스날 중원과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아스날 원정에서 선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볼튼은 올 시즌 4승6무8패로 리그 18위의 강등권에 처했습니다. 얼마전 게리 멕슨 전 감독을 경질한 것도 강등권 추락에 대한 책임 때문 이었습니다. 멕슨 감독은 경질되는 순간까지 롱볼 축구를 포기하지 못해 팀의 공격 전술 변화에 유연함이 부족했던 인물입니다. 멕슨 전 감독 경질은 롱볼 축구를 버리겠다는 볼튼의 의지를 말하며 이번 아스날전에서 롱볼을 지양할 것이 분명합니다. 아스날전에서는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칠 것이며 그 정점이 바로 이청용이 될 것입니다.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아름다운 패싱력과 공격 전개를 자랑하기로 유명한 팀입니다. 그런 공격력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아스날로서는 볼튼전에서도 마찬가지의 위용을 뽐낼 것입니다. 아스날 원정에 임하는 볼튼은 공격보다 수비에 비중을 실을 가능성이 크며 측면에서의 역습을 노릴 것입니다. 왼쪽을 맡는 메튜 테일러의 폼이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음을 상기하면 오른쪽에서 활력 넘치는 공격을 자랑하는 이청용의 경기력이 기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팀이 좋은 결과를 거두려면 이청용의 감각적인 공격력이 전제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볼튼이 아스날을 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스날은 올 시즌 홈에서 열린 9경기에서 8승1패에 28골 7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9일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던 전적을 제외하면 8경기에서 8승, 28골 4실점을 올렸을 만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강한 면모를 발휘했습니다. 원정 경기 성적이 2승2무4패(10골 15실점)에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했던 볼튼으로서는 아스날전 승리가 힘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청용이 아스날 선수들을 상대로 폭발적인 공격력을 발휘하며 팀 공격에 힘을 실어준다면 그것 자체로도 소득이 큽니다. 맨유와 첼시전에서 공격력이 조용했던 이청용으로서는 아스날전에서 자신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무언가 보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곧 볼튼의 아스날전 결과로 직결 될 것입니다. 지금의 눈부신 오름세라면 이청용의 아스날전 맹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