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맨유, 3부리그 리즈전 패배 원인은 방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장미 전쟁' 라이벌 관계인 리즈 유나이티드(이하 리즈)에 충격패를 당했습니다. 맨유는 3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FA컵 3라운드(64강) 리즈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전반 19분 저메인 백포드에게 결승골을 내줬고 리그1 (잉글랜드 3부리그)클럽을 상대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리즈전 패배로 FA컵에서 조기 탈락하여 강팀의 체면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맨유의 패배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 입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을 시작으로 웬만한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으나 결과는 홈에서 0-1로 패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슈팅 숫자에서는 18-10(유효 슈팅 5-4)으로 앞섰으나 점유율에서 46-54(%)로 밀렸으니 특유의 '점유율 축구'도 실종 됐습니다. 경기를 이기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리즈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나태했으니, 방심이 빚어낸 결과가 결국 충격패로 이어졌습니다.

리즈전 패배, 방심이 빚어낸 결과

한 마디로 졸전이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연패의 저력을 찾아볼 수 없었고 선수들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답지 못했습니다. 패스가 끊기는 것은 기본이며 절호의 골 상황에서 실수를 범하는 것은 물론 연계 플레이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안이한 자세로 경기에 임하여 90분 내내 상대의 투철한 승리욕에 밀리더니 결국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상대팀은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아닌 리그1에 속한 팀이자 라이벌 팀 이었으니 충격이 제법 큽니다.

우선, 맨유를 꺾겠다던 리즈의 승리욕이 경기 초반부터 충만했습니다. '백포드-바치오' 투톱이 문전으로 과감하게 돌진하여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허무는데 집중했고 좌우 윙어들까지 저돌적인 자세를 보이며 맨유 진영을 위협했습니다. 맨유가 빌드업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공격수와 미드필더 전원이 전방 압박을 가하여 커팅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맨유 선수가 공을 잡으면 거친 몸싸움과 태클로 공격을 저지하는데 주력했고 쉴세없이 빠른 템포의 공격을 유지하며 맨유의 추격 기세를 빼앗았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을 맨유 선수들에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공격 과정에서 패스가 계속 끊기는데다 상대에게 공을 빼앗겨 역습을 허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였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경기 막판까지 반복되면서 점유율 확보에 실패했고 미드필더진의 경기 운영 조차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경기 종료후 MUTV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은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직 교체로 나선 발렌시아만이 제 몫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평소답지 않은 활약을 펼쳐 화려한 네임벨류를 무색케 했습니다.

특히 전반 19분 백포드에게 허용한 실점은 맨유가 나태하게 경기했던 대표적인 장면 이었습니다. 하프라인 후방에서 맨유 문전에 포진했던 백포드쪽으로 연결된 롱패스를 차단하지 못한 것이 컸습니다. 문제는 미드필더진이 롱패스를 그대로 놔두고 그저 공을 쳐다봤던것이 뼈아픈 패배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미 공은 백포드에게 향했고 그의 골을 저지하려던 브라운과 쿠쉬착의 방어도 소용 없었습니다. 이것은 선수들의 경기 운영이 안이했음을 말해주는 대표적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경기 종료 후 MUTV를 통해 "백포드의 골은 막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매우 안 좋은 골이었다"며 백포드의 골을 실점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하면서 "우리의 플레이는 전반적으로 모두 좋지 못했다. 앞으로 전진하지도, 좋은 패스가 나오지도 않았다. 전체적인 면에서 모두 안 좋았다. 선수들의 플레이에 충격을 받았다"며 선수들의 방심이 패배로 직결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웰백-안데르손-깁슨-오베르탕으로 짜인 미드필더들의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이 패배를 자초했습니다. 안데르손은 짧은 패스보다 공을 윗쪽으로 띄워올리려는 경향이 지나쳤고 전반 27분에는 전진패스를 해야 할 상황에서 부정확한 중거리슈팅으로 공격 기회를 날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깁슨은 횡패스 조차 엉뚱한 방향으로 연결할 정도로 패스가 번번히 끊겼고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하여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웰백-오베르탕은 특유의 빠른 기동력을 보여주지 못해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고 후반 12분에 나란히 질책성 교체 당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이날 경기에서 실망스런 활약을 펼쳤습니다. 상대의 거센 압박에 이렇다할 대처를 하지 못해 최전방에서 고립되었고 이것은 맨유의 미드필더진에서 루니로 연결되는 공격 연결고리가 쉴세없이 차단되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료 선수와 간격을 좁혀 패스를 유도하려는 움직임도 부족했고, 골문앞으로 쇄도하여 결정적인 골 기회를 창출하는 활약이 보이지 않았고, 볼 터치도 많지 않아 소극적인 공격을 일관했고, 루니-오언과의 연계 플레이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맨유는 평소에 에브라의 오버래핑과 전방 패스를 바탕으로 하는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전개합니다. 문제는 에브라의 몫을 해줬어야 할 파비우의 공격 운영이 문제였습니다. 파비우는 이날 리즈의 전방 압박을 받으며 어렵게 경기를 풀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긴 전진패스를 띄우는데 급급하면서 맨유의 공격 패턴이 상대에게 읽히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옆쪽에서 브라운이 간격을 좁혀 패스를 유도하는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시야를 넓히지 못해 팀 공격의 비효율을 키웠습니다. 심지어 오버래핑 또한 소극적이었으니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공격 상황에서 따로 노는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조커로 투입된 오언-긱스의 무기력한 모습은 발렌시아와 대조적 이었습니다. 오언은 전반 25분 발렌시아의 오른쪽 패스를 받아 문전 정면 가까이에서 슈팅을 날리는 과정에서 공을 오른발 안쪽 뒷꿈치 부근에 맞추는 타점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래서 공의 방향은 엉뚱한 쪽으로 향했고 퍼거슨 감독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그대로 잡혔습니다. 오언과 긱스 모두 효율적인 볼 배급과 영민한 움직임이 부족했고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교체 투입 후 부지런한 움직임을 앞세워 여러차례 골 기회를 제공했던 발렌시아의 도우미 역량은 어느 누구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해 골을 넣는데 실패했습니다.

이러한 맨유의 리즈전 패배는 방심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한 팀이고 선수들의 네임벨류 또한 화려합니다. 그럼에도 리그1 클럽을 상대로 평소 답지 못한 경기 운영을 일관한 것은 선수들의 경기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맨유 선수들의 가벼웠던 경기 운영은 리즈 선수들의 필사적이고 투지 넘치는 활약과 대조 되었습니다. 0-1이라는 경기 결과가 말해주듯, 맨유는 적어도 이날 경기에서 만큼은 '루저'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