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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3경기 연속골' 박주영의 전성기는 지금이다

 

'박 선생' 박주영(24, AS 모나코)이 또 다시 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프랑스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해 물 오른 골 감각을 과시했습니다.

박주영은 24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간) 스타드 레옹 볼레에서 열린 르망과의 프랑스리그 19라운드 경기에서 시즌 6호골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5분 상대팀 문전 정면에서 프랑수아 모데스토의 오른쪽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 골은 0-1로 뒤진 모나코가 동점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결정타가 됐습니다. 또한 박주영은 16일 스타드 렌전과 20일 리옹전에 이어 또 다시 골을 성공시켜 3경기 연속골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 박주영의 진가가 빛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골을 몰아넣었던 전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2경기 연속골을 넣은적도 없었고 3경기 연속골도 마찬가지 입니다. 팀에서 이타적인 역할에 충실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많은 슈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올 시즌 모나코 공격의 중심은 왼쪽 윙어인 '프랑스 리그 득점2위' 네네에게 쏠렸습니다. 이러한 조건속에서도 6호골 및 3경기 연속골에 성공한 것은 골잡이로서의 기질이 충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냉정히 말해, 프랑스리그에서의 박주영은 골잡이의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5골 6도움을 기록했지만 팀에서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보유한 필드 플레이어 임에도 5골을 넣은 것은 골잡이에 걸맞는 기록이 아닙니다. 시즌 중반 12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진데다 윙어로 변신했던 경험이 있어 프랑스리그 적응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난 13일 릴전까지는 13경기에서 3골2도움에 그쳤는데 이타적인 역할에서 강점을 발휘했지만 출전 경기에 비해 골 숫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이 3경기 연속골을 넣은것은 또 한번의 진화에 성공했음을 의미합니다. 프랑스리그 첫 시즌에 적응 단계를 밟았고 동료 선수들과 끊임없이 호흡하여 공격력을 키우더니 마침내 골을 확실하게 넣을 수 있는 공격수로 거듭났습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축구의 진리를 상기하면 박주영은 근래들어 경기력 발전에 눈을 뜬 것입니다. 무엇보다 모나코가 최근에 넣은 3골 모두 박주영이 기록했다는 점은 팀으로서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네네가 못하는 것을 이제는 박주영이 해내고 있습니다.

사실, 박주영은 골잡이였습니다. 청구고 시절부터 괴물같은 골 감각으로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공격수로 거듭났습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청구고와 고려대, FC서울 입단 초기, 청소년 대표팀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했고 특히 2005년 카타르 청소년 대회에서 5경기 9골을 기록해 자신의 신드롬을 알렸습니다. K리그 신인이었던 2005년에는 18골을 넣으며 신인왕에 올랐고 많은 축구팬들을 경기장에 불러들여 K리그 흥행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며 2005년을 자신의 해로 장식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발전한 만큼 성장통도 컸습니다. 2005년 6월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를 오가는 죽음의 원정을 치른 뒤 곧바로 네덜란드로 날아가 U-20 월드컵에 참가했던 후유증이 컸습니다. 이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죠. 그 이후 대표팀과 K리그에서 파괴력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며 공격력에 힘을 잃기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FC서울의 벤치 멤버로 밀렸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각급 대표팀 차출로 인한 혹사에 빠진 힘든 나날을 보냈고 부상까지 겹쳐 슬럼프에 단단히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박주영에게 지난해 여름 AS 모나코 이적은 자신의 축구 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는 일생일대의 터닝 포인트가 됐습니다. K리그에서 침체된 활약을 펼치는 것 보다는 큰 물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겪으며 경기력 발전에 전념하는 것이 더 나았다는 판단이죠. 당시 박주영을 지도했던 세놀 귀네슈 전 서울 감독이 "지금이 박주영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던 것 처럼, 박주영에게는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프랑스리그 진출 이었습니다.

물론 박주영의 프랑스리그 행보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에 이르러 팀 공격을 조율하며 감각적인 기교와 부지런한 움직임을 뽐냈지만 그 이전에는 경기력에 기복이 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공격수들이 골을 넣기 쉽지 않은 프랑스리그 특유의 터프하고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싸우면서 상대 수비의 약점을 찾아내는 노하우를 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개인 공격력은 모나코 공격 옵션중에서 톱 클래스에 속하지만 문제는 상대 수비를 어떻게 제압하느냐 였습니다.

박주영은 자신의 성장통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가 있었습니다. 이타적인 공격력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골보다는 동료 선수들의 골 기회를 도우며 프랑스리그에서의 경기 감각을 익히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노하우를 익힙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직접 하프라인에서 빌드업을 시도했던 장면이 여럿 있을 정도였죠. 올 시즌에는 원톱으로 활약하면서 네네 같은 후방 공격 옵션들의 문전 침투 및 골 기회를 도왔습니다. 이제는 그 단계를 마치면서 3경기 연속골을 발판으로 골잡이로 진화할 수 있는 단계로 올라섰습니다.

2년 전 박주영이 올림픽 대표팀 경기를 치를 때, 어느 TV 축구 해설위원은 "박주영의 전성기는 2005년이었다"고 말한적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박주영의 커리어중에서 가장 빛났던 시기가 2005년이었고 그해에는 자신의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그 해설위원 뿐만 아니라 다른 축구팬들도 박주영의 전성기를 2005년으로 여겼습니다. 2005년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던 요인도 한 몫을 했지만요. 하지만 효리사랑은 박주영의 전성기가 2005년이라는 것에 공감하지 않았습니다. 2005년은 박주영의 나이가 20세였는데 어떻게 전성기가 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 전성기는 주로 27~29세이며 30대 초반에도 전성기 포스를 그대로 발휘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27~29세는 그동안 다져진 실전 감각과 개인 기술, 전반적인 운동능력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입니다. 그동안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지금에 이른 박주영은 2005년보다 강해졌고 이대로의 오름세라면 앞으로 더욱 막강한 포스를 뽐낼 것입니다. 성장통을 이겼고, 프랑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치고 있으며, 이타적인 선수에서 골잡이로 변신한 박주영의 현재 행보를 바라보면 지금이 전성기가 맞습니다.

또한 박주영은 2005년 전성기를 보냈음에도 반짝 공격수 논란에 시달렸던 선수입니다. 몸싸움에 약한 것이 그 이유죠. 조 본프레레 전 한국 대표팀 감독에게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는 혹평을 받을 만큼 몸싸움에 약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박주영은 큰 몸집을 자랑하는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즐기는 선수로 거듭났고 높은 점프력으로 공중볼을 따내는 능력이 수월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상대 수비를 제압하고 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방법을 자기 스스로 깨달아 프랑스리그에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지금의 박주영은 2005년의 박주영이 아닙니다. 적어도 4년 전보다 더 강해졌고 유럽에서의 경쟁력까지 키웠습니다. 그런 박주영에게 이제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도 될 듯 합니다. 지금이 자신의 축구 인생을 화려하게 밝혀 줄 전성기이기 때문이죠.